국제농업협력·이란K타워 예산 '흔들'

2016-10-27 11:24:15 게재

야당 "최순실 그림자 예산' 드러나면 삭감"

농림축산식품부가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본명 최서원)씨와 연관된 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야당이 내년도 정부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비선실세 국정농단 예산' 전액 삭감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포스코건설과 이란에 건립하는 K타워도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흔들리고 있됐다.

국민의당 최경환(왼쪽부터), 주승용, 정동영, 윤영일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정론관에서 'K타워 사업에서 미르재단을 배제하고 새 기관을 공모로 선정하라'고 촉구했다. 사진 연합뉴스


국제농업협력 강타한 미르재단 = 더불어민주당은 최순실씨 그림자가 드리운 농식품부 예산으로 국제농업협력(ODA)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농업기술을 원하는 국가에 나가 현지 농업기술과 손잡고 진행하는 사업인데, 올해 '케이밀(K-Meal)' 사업이 끼어들면서 문제가 됐다.

케이밀 사업은 푸드트럭을 활용해 수원국(원조를 원하는 나라)의 마을, 학교 등을 순회하며 우리쌀로 만든 쌀가공영양제품을 지원하고, 한식을 소개하는 사업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순방에 맞춰 진행됐다.

케이밀 사업은 최씨와 연관된 미르재단이 지난해 11월부터 아프리카 원조사업에 쌀가공식품을 지원할 목적으로 이화여대와 함께 제품개발을 추진한 게 국정감사에서 확인됐다. 야당은 미르재단이 주도해 기획한 대로 농식품부가 케이밀사업을 추진했다고 지적했고, 농식품부도 케이밀사업을 위해 미르재단과 이화여대가 쌀가공영양제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농식품부는 내년도 국제농업협력(ODA) 사업으로 192억9300만원을 편성했다. 이 중 기획협력사업은 5개 신규 사업을 추가해 20개 사업으로 구성, 159억3300만원의 예산을 요청했다. 올해보다 37.2% 늘어난 규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에 대해 "신규사업인 '아프리카 영양강화 곡물가공식품 제조기술 지원·사업의 일부는 수원국으로부터 공식요청서가 접수되지 않아 사업계획이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또, 내년부터 2년에 걸쳐 사업비 48억원을 지원하기로 해놓고 이 중 53%인 25억5000만원을 1차 년도에 집행하기로 한 계획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영양강화제품의 재료가 되는 곡물과, 지원할 시설 및 기술이 결정되지 않아서 사업시행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이유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프리카 영양강화지원사업은 우리 쌀이 아닌 현지곡물로 하는 사업이어서 케이밀과 관계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한정(더불어민주당·경기 남양주을) 의원실은 "제조기술을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우리 쌀이 아닌 현지곡물로 영양제품을 만드는 기술은 아직 완비되지 않았다"며 "케이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졸속으로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식재단 사업도 미르재단 불똥이 튀었다. 농식품부는 내년도 한식진흥 및 음식관광활성화 사업으로 한식재단에 105억39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김 의원실은 "국가사업을 위탁수행하고 있는 한식재단의 업무와 역할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예산 50% 삭감의견을 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한식재단 이사장은 민간단체인 미르재단이 국가사업을 대신하는 것에 대해 '한식을 알리고 교류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했는데, 이는 국가사업을 위탁수행하고 있는 한식재단 존재가치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부흥사업도 미르재단 참여로 흔들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박상우)는 이란 K타워 건립 건으로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 K타워 프로젝트란 이란에서 한류와 비즈니스가 융합된 거점을 확보해 한류 전파와 함께 한-이란 비즈니스 증대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으로, 한국측에서는 LH와 포스코건설이 참여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미르재단은 LH가 5월 이란 교원연기금과 체결한 양해각서(MOU)에 등장한다. MOU 2조(협력분야)에 '한류 교류증진의 주요 주체는 한국내 16개 대기업이 공동으로 설립한 미르재단이 될 것'이라고 명시한 것이다.

당연히 세간의 관심은 '어떻게 미르를 사업주체로 선정했느냐'에 쏠렸다. 청와대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LH는 "스스로 선정했다"며 외압을 강하게 부인했다. 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박상우 사장, 현도관 전략사업본부장, 선병수 해외사업처장은 "청와대에서 열린 연풍문회의(대통령 이란 방문에 앞서 열린 관계기관 회의)에서 미르를 처음 만났고,자문을 위해 수소문 끝에 미르를 선정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른 증언도 나왔다. 13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지시를 암시하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된 것이다.

이날 박범계(더불어민주·대전서구을)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서 LH 관계자는 "(선 처장이 영풍문회의에 갔다온 뒤) 급작스럽게 2∼3일 만에 MOU 영문 만들고, 두시간 만에 번역하고 출장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가 이런데(K타워 프로젝트) 돈을 안 쓴다. (선 처장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골치가 아팠을 거다"고 말했다.

MOU에 미르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이 통상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 희(더불어민주·서울양천갑) 의원은 LH 국감에서 "LH가 디벨로퍼(사업시행자)인데 부지만 선정하고 건물만 짓는 디벨로퍼가 어딨냐. 모든 건물의 기능, 입점과 관련된 것을 다 디자인하는게 디벨로퍼"라며 "(LH가) 상가를 지으면 상가협의회를 MOU에 넣냐"고 따졌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사업수행에 대한 개략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MOU에 특정기능을 담당할 사업주체를 명시하는 것은 통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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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김병국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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