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2
2024
트럼프 2.0 시대가 곧 시작되는 이 시점에 연방준비제도 폐지(End the Fed)설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일론 머스크에게 연방정부 개혁이라는 책무를 맡기면서 일어난 일이다. 그는 X(구 트위터)에 연준 폐지법안을 제안했고, 마이크 리 하원의원의 연준폐지 게시물에 대해 명확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리 하원의원은 행정부가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헌법의 설계논리인데, 연준의 권한은 헌법에서 벗어난 사례라고 지적하며 이런 제안을 한 것이다. 머스크의 연준을 포함한 연방정부 개혁권한이 얼마나 될지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연준 폐지설이 제기된 배경에는 나름의 시대적 요구가 있다. 연준은 누구 이익을 대표하는가 연준은 1913년 연방의회가 연방준비제도의사회법(Federal Reserve ACT)을 통과시키면서 탄생했다. 연준은 다른 나라 중앙은행과 달리 회사감사기관(GAO)을 통해 연방의회의 강력한 통제를 받는다.
11.15
더 세고 노련해진 트럼프가 돌아왔다. 지난 11월 5일에 치러진 미국 동시선거에서 트럼프 후보가 제47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모두 승리해 다수당이 되었다. 이처럼 공화당이 3관왕을 차지했기 때문에 다음 중간선거 때까지 적어도 2년 동안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추진이 순풍을 맞게 되었다. 트럼프 2.0시대가 우리에게 주는 함의는 무엇인가? 트럼프의 대전략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걸며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의 등장을 차단하는 역외균형 전략을 기본으로 한다. 또한 동맹국에겐 가치보다 국익을 중시하는 거래중심적 동맹관으로 대하고, 적대국에 대해선 러시아와 손잡고 중국을 견제하는 역(逆)닉슨(reverse-Nixon) 전략을 취하고 있다. 역(逆)닉슨 전략으로 중국 견제에 집중 트럼프 제2기 행정부는 모든 외교력을 중국과의 총력전에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행정부는 중국과의 전면대결을 피해 전략경쟁, 디리스킹과 같은 순화된 용어를 썼다.
11.08
트럼프의 승리이지만 더 정확하게는 해리스의 패배다. 2024년 제 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인단 312명은 물론 일반 투표에서도 51%를 거두면서 보란 듯이 미국 역사상 두번째로 ‘징검다리 백악관 입성’에 성공했다. 중도성향의 유권자를 확보해야 한다는 친공화당계 인사들의 끝없는 조언에도 아랑곳 않고 극우 성향의 JD 밴스(James David Vance)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음은 물론, 선거 막바지 유세에서 미국령(領) 푸에르토리코를 가리켜 “쓰레기 섬”이라고 외쳤지만 트럼프의 승리에 전혀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결국 할 줄 아는 건 ‘활짝 웃는 것’뿐이라는 비난을 받는 민주당 해리스 후보의 패배가 더 커 보이는 상황이다. 철 지난 ‘낙태이슈’에만 집착한 해리스 국내는 물론 미국 내 전문가들에게도 이번 선거처럼 예측하기 어려웠던 사례는 없었다. 본 지면을 통해 두 가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지난 8월 22일(현지시각
11.01
“노벨 과학상, 그까짓 것쯤이야 이제 우리도”라고 얘기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리는, 특히 우리나라에서 과학을 하는 필자를 포함하는 우리는 아직도 10월이 되면 몸살을 앓는다. 올해는 특히 더 그랬다. 한 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말 기쁘고 자랑스럽고 대단한 일이지만 과학을 하는 사람들로서는 또 다른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기도 하다. 평화상에 이어 문학상까지 받았는데 가장 투자를 많이 한 과학 분야는 왜 소식이 없는가라는 아쉬움 가득한 기다림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벨상은 중요한 연구업적을 발표한 후 평균적으로 20~30년 정도는 지나야 수상할 수 있다. 올해 생리의학상의 대상이 된 논문이 1993년에 발표된 것이니 30년 이상 걸린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우리나라도 그 무렵 세계적으로 주목할 기초연구 결과가 있었던가? 없었다. 그러니 당장은 아닐 것이다. 우리 과학계도 노벨상에 가까이 가 있어 우리나라는 언제쯤
10.25
미국 대통령 선거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후 미국 금융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가. 특히 달러 인덱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매우 높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달러 인덱스는 단기에 오를 수 있지만 미국 경제에 내재한 구조적 문제를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는 하락할 확률이 높다. 주요 선진국 6개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2022년 10월 14일 113.31로 정점을 찍고 그 이후에는 2년째 100~110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올해는 그 범위가 100~106으로 좁아졌다. 대통령 선거 이후 단기적으로 달러 인덱스가 그 상한선까지 오를 수 있다. 특히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그럴 것이다. 트럼프의 경제정책 방향은 재정정책 측면에서는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한 경제성장이다. 법인세를 인하하고 규제를 완화해 기업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또 개인소득세 인하를 통해 소비를 부양할 것이다. 통화정책 측면에서 저금리를 선호한다. 이러한 재정 및 통화정책
10.18
국정감사의 계절이다. 올해 국정감사의 화두는 ‘김건희 여사’다. 야당 의원들은 위원회를 가릴 것 없이 ‘법적 지위가 없는 대통령 부인이 국정에 개입했다’는 온갖 의혹에 대해 따져 물었다. 이념 성향에 관계없이 다양한 언론들의 폭로성 보도도 잇따른다. 그런데 대통령실이나 여당 의원들의 대응이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영 미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다. 사태가 왜 이렇게까지 흘러왔을까? 오늘은 9월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놓은 2024년 선거 투표율 분석 결과를 토대로 6개월 전 총선의 의미를 되짚으면서, 현재의 정치상황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0.8%p, 40대 이하와 60대 이상 유권자 2024년 22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은 67.0%, 2020년 21대보다 0.8%p가 높았다. 투표에 참여한 시민들의 수로는 2020년 선거보다 52만8000명이 더 투표했다. 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집단은 셋이다. 1)2024년에 국회의원 선거 첫 투표를 한 18~2
10.11
윤석열정부에 들어와 한-유엔군사령부(UNC, 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담이 개최되고 독일이 유엔사 회원국으로 들어오는 등 유엔사가 강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들은 ‘가짜 유엔사 해체’ 운동을 벌이고 있고, 북한은 유엔총회 등을 통해 ‘불법무법의 유령기구’라며 유엔사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한-유엔사 회원국 회담에 대해 “냉전의 산물로 법적 근거가 없는 ‘유엔군’ 간판을 내걸고 회의를 여는 것은 한반도정세를 악화시킬 뿐”이라며 비난했다. 유엔사의 역할은 당초 무력공격 격퇴와 한국방위였지만 정전협정 체결 이후 한국방위 역할이 한미연합사로 이양되면서 정전체제 관리, 전시증원전력 제공의 두 가지로 정리됐다. 유엔사는 남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을 조사하고 위반 사실이 드러날 경우 적대 사령관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유사시 일본 내 7곳의 유엔사 후방기지를 통해 전시증원군을 제공한다. 그런데 최근 유엔사의 역할이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지역으로 확장되고 다국적 군사
10.04
한국경제는 20세기 후반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 획기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이같은 고도의 양적성장이 가능했던 가장 주요한 이유는 정부가 수출을 통한 소득증대를 목표로 경제발전을 직접 계획·실행하는 중앙집권적 관리경제체제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양적성장 과정에서 모든 소득계층이 소득과 소비의 증가를 경험했기 때문에 경제적 불평등은 큰 이슈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초기 경제개발단계에서 자본이나 기술이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한국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저소득계층인 미숙련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점진적으로 상승해 소득분배가 개선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정부주도형 산업화에 내재된 구조적 모순이 점차 증폭되면서 경제적 효율성과 경제성장이 둔화됐고, 경제적 불평등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경제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선 이후부터 산업구조가 미숙련노동자 중심의 경공업에서 자본과 높은 기술수준을 갖춘 숙련노동자 중심의 산업으로 전환되면서 실제로 소득분배구조가 급속도로
09.27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선언하고 통일에 관한 모든 내러티브와 상징들을 지우기 시작한 이래 한국에서도 통일전망에 대한 고민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사실 통일의 비전은 여러 면에서 약화되고 있다. 김정은정권이 통일을 부정하는 반면, 북한 주민들은 막연하게나마 통일 한반도에서 꿈꿀 수 있는 보다 나은 삶의 희망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은 각종 의식조사에서 통일보다 평화공존을 원하는 국민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정부는 통일이 헌법적 의무라고 상기시키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섣부른 통일포기 선언이 아니더라도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한국 국민들의 평화적 두 국가론 사이에서 한반도의 통일 전망은 어두워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가 약화되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전략적 협력관계를 심화하고 이제는 북중러 연대를 강조하면서 남북은 서로 다른 진영에 속하게 되었다. 한반도 통일은 국제정치 진영대결과 결부되어 더욱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한반도 통일의
09.20
한 마을이나 나라를 다스릴 때 심히 고민스러운 경우가 있다. 공공선을 위해 두 마리 토끼 모두 필요한데 부득이 양자택일을 해야 할 때 특히 그렇다. 최근 벌어진 한전과 하남시 간 갈등이 그런 예다. 한전은 하남시 감일동에 있는 동서울변전소를 옥내화하고 동해안에서 수도권으로 송전되는 고압직류(HVDC)를 교류로 바꾸는 변환소를 짓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총사업비 6996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 사업의 원만한 추진을 위해 한전과 하남시는 지난해 10월 업무협약식을 갖고 적극 협력해나갈 것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던 중 하남시가 지난 8월 21일 돌연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전력이 신청한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 사업’ 관련 4건의 허가신청서에 대해 불가 처분했다”고 밝혔다. 중대한 국책사업에 급제동이 걸리게 되자 한전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김동철 사장이 나서서 급히 기자간담회를 갖고 “전력망 건설은 국가경쟁력의 핵심인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수도권 전력공
09.13
기후금융이란 기후변화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또는 완화(mitigation)와 적응(adaptation)에 필요한 정책과 투자 등을 지원하는 공공 또는 민간의 자금조달 활동이다. 다른 환경문제와 마찬가지로 기후변화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구 증가와 물질적 욕구를 억제하고 소비자의 의식과 생활방식의 근본적 변화 등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기술발전을 통한 문제해결이 가능하며 최선이라 믿는 사람도 많다. 따라서 기후 기술개발을 위한 대형 투자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기후금융의 발전이 중요하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나 국내에서 기후금융 시장의 규모는 아직 미흡하다. 미국의 비영리연구기관 CPI(Climate Policy Initiative)에 의하면 글로벌 기후금융 규모는 2021~2022년 동안 연간 1조3000억달러로 2022년 전세계 GDP의 1%에 불과하다. 또한 2023년 이후 연간 8조~9조달러, 2031년부터 2050년까지 연간 10조달러가 필요하다는 전망에 비추
09.06
올해 5월 20일 라이칭더 대만 지도자의 취임사를 통해 ‘대만독립’ 이념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이를 ‘대만독립백서’로 규정했다. 사람들은 라이칭더의 연설이 미국의 승인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미국이 주도적으로 더 위험한 대만 카드를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은 원래 미국이 대만을 카드로 잡고 제한적으로 플레이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직접 충돌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해 중국은 ‘연합이검(聯合利劍)’ 동부군대 군사훈련 이후 남부군대의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현재 대만은 가장 위험한 전쟁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국가가 바로 일본 한국 필리핀이다. 이들 국가 모두 미국군대가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대만지역에서 전쟁이 나면 가장 먼저 전쟁터가 될 수도 있다. 대만 문제가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대만 독립 여부 문제가 전혀 아니다. 대만 문제의 핵심은 중국과 미국 관계만이 아니라
08.30
1. 수(數)는 인간의 이성적 능력의 꽃이라고 하지만, 잘못 적용하면 인간의 이성적 능력을 마비시키는 마취제가 될 수도 있다.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이라는 옥스퍼드의 철학자가 ‘실존적 위험 예방을 세계적인 우선 순위로’라는 논문에서 들고 나온 수의 논리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의 행성이 최소 다음 억년 동안 거주 가능할 것이며, 최소 일억명의 사람이 지속 가능하게 살 수 있다고 가정하면 최소 1016개의 인간 수명이 가능하다. … 그러나 의미 있는 수는 지구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는지가 아니라, 총계로써 우리가 가질 수 있는 후손의 수이다. 현재의 우주론적 추정을 기반으로 하는 미래 접근 가능 우주에서의 생물학적 인류 존속의 하한은 1034이다. 미래의 마음이 주로 생물학적 신경망 하드웨어가 아닌 컴퓨터 하드웨어에 구현될 것이라고 가정하는 다른 추정은 인간 뇌 에뮬레이션 존재의 존속기간을 1054년으로 하한을 제공한다. 덜 보수적인 가정을 하면 미래 문명이
08.23
8.15 광복절 대통령 경축사를 전후로 몇 가지 의미 있게 지켜볼 일들이 생겼다. ‘독트린’이라는 명명은 참신하다. 지금은 세간에서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있긴 하지만, 전통적으로 독트린은 지속적인 생명력을 가지는 경향이 있어서, 나중에 상황에 따라 언제든 적용이 가능하다. 그런데 차제에 독트린이라고 작명을 한 김에, 우리 정부가 지향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 프로젝트와 조화를 이루는, 좀 더 포괄적인 문제의식을 담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지금처럼 견고한 한미동맹이 전제가 된다면, 일본과 나토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까지 아우르더라도 독트린의 핵심인 ‘방향성’이 흔들릴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8.15 독트린' 포괄적 문제의식 담았어야 우리 국민들의 기억 속에 통일 관련하여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는 정책과 작명은 ‘북방정책’이 아닐까 싶고, 그 출발점은 1988년 여름의 ‘7.7선언’이었다. 물론 역시 작명으로는 손꼽히는 DJ의 햇볕정책도 있었지만, 냉전 종식의
08.16
국민들에게 폭염을 잊을 청량감을 선사했던 파리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이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개최도시 파리도, 그리고 소수정예로 최고의 성적을 낸 한국도 정산을 할 시간이다. ‘올림픽경제’란 올림픽 개최부터 공식 폐막까지 올림픽의 가치를 창출하는 모든 경제활동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티켓판매 방송권중계료, 기업협찬(TOP) 후원수입 등 올림픽 기간 동안의 직접적인 경제활동뿐 아니라 올림픽 개최로 발생하는 간접적인 경제효과와 장기적인 영향도 포함된다. 인프라 건설, 도시 변화, 관광, 교통, 상업, 스포츠 및 기타 분야를 포괄한다. 올림픽을 개최함으로써 국가나 도시의 명성이 높아지고 다양한 소득이 증가해 경제성장을 촉진하게 된다. 올림픽 개최가 이익일지 손실일지는 투입-산출 비율에 달려 있다. 올림픽의 역사를 살펴보면 어떤 나라는 올림픽을 개최해 수익을 남기고 사회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1988년 서울올림픽, 2008년 베이징올림픽
08.09
2024년이 출발할 시점부터 올해는 ‘역사상 가장 큰 선거의 해’로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선거와 미국 대통령선거를 포함해 세계 60여개국에서 선거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정에 없던 선거를 시행한 나라들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슈퍼 선거의 해’가 되고 있다. 오늘은 이란 대통령선거와 프랑스 국회의원선거 결과를 결선투표제 효과에 초점을 맞추어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결선투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기에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해줄 것이다. 이란-결선투표제가 투표율 상승 견인 이란 대통령선거도 연초에는 예정에 없던 일로 원래대로라면 2025년 8월에 다음 선거가 있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현직 대통령인 에브라힘 라이시가 5월 19일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는 바람에 보궐선거가 시행되었다. 이란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요즘은 권위주의 국가에서도 선거를 하는 나라가 하지 않는 나라보다 많다. 박정희-전두환 대통령 시절 우
08.02
제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 중심의 자유무역주의는 세계무역 확대와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자유무역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본 나라 가운데 하나인 미국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보호무역주의에 앞장서고 있다. 왜인가? 그에 대한 답을 세계 최고의 헤지펀드 회사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의 견해에서 찾을 수 있다. 달리오는 저서 ‘변화하는 세계 질서’(2021)에서 제국의 흥망성쇠 과정을 7단계로 구분했다. 이에 따르면 1단계에서는 한 국가가 새로운 세계질서를 정립한다. 2단계에서는 평화와 번영 속에 경제가 높은 성장을 한다. 3단계에는 경제성장과 자산가격 상승으로 그 나라의 부(富)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동시에 부채도 같이 증가한다. 그러나 4단계에 접어들면 부채에 의한 성장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자산가격 거품이 붕괴할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률도 크게 낮아진다. 이에 대응해 정책 당국은 대규모로 돈을 찍어내 신용공급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5단계에 접어든다. 6
07.26
국제사회의 흐름을 주도하는 매체들에서는 중국 상황을 비관적으로 진단하는 논조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반론할 근거도 많다. 중국이 사회주의현대화강국 건설이라는 국가목표 달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동시에 그 과정을 갑자기 중단시킬 수 있는 여러 리스크도 존재한다는 것이 객관적 평가일 것이다. 최근 경제상황도 이를 확인시켜준다. 중국은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3%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7월 16일 발표한 2024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1월과 4월의 4.6%에서 5%로 상향되었다. 그런데 중국 통계국이 7월 15일 발표한 2분기 경제성장률은 4.7%로 하락했다. 상반기 전체로 5% 성장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성장세는 뚜렷이 약화되었다. 어느 측면을 주요하게 보는가에 따라 비관과 낙관이 모두 가능하다. 이러한 미묘한 시점(7월 14~18일)에 공산당 20기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3중전회)가 진행되었다. 3중전회는 1
07.19
올해 미국에서 기억될 만한 중요한 사건이 지난 7월 14일에 있었다. 20세 젊은 친구의 트럼프를 향한 총격은 트럼프의 재선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격이 됐다. 지금 세계 각국은 트럼프의 2기 집권에 따른 자국 경제 및 정치적 영향을 긴밀히 검토하고 있다. 만약 올해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미국경제는 위기에 더 빨리 노출될 것으로 전망해본다. 이미 경제위기 문턱에 들어선 미국경제 경기쇠퇴를 예견하는 유명한 법칙이 있다. 바로 ‘샴의 법칙(Sahm’s rule)’이다. 연준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클라우디아 샴이 만든 이 법칙은 최근 실업률의 3개월 이동평균이 이전 12개월 동안의 최저 평균 실업률보다 0.5%p 이상 높으면 경기 침체의 초기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다. 올해 초 미국 실업률의 이 수치는 0.2%p이었지만 현재 6월기준 이미 0.43%p로 경계선 바로 턱밑까지 왔다. 미국 각 주별로 보면 캘리포니아주 뉴저지주 등 20개 주의 실업률이 이미 샴
07.12
끝없이 일을 해야 하는 뇌에 허락된 단 하나의 선물은 망각, 즉 잊어버리기라는 말이 있다. 고통을 잊지 않으면 고통의 기억 속에서 계속 상처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고통을 기억해야 미래에 닥쳐올지도 모르는 또다른 고통을 피할 수 있는 것이리라. 기억과 망각의 절묘한 조화가 생명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과거를 잊으면 미래도 없다는 경구도 의미있게 들린다. 독재자의 자녀가 다시 권력을 잡는 일들이 세계 도처에서 목격되고 있다. 힘들었던 과거를 잊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지난 몇년 간 전 인류를 공포와 고통으로 몰고간 코로나19 팬데믹도 이제는 우리의 기억에서 조금씩 잊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기억과 망각의 저울 위에서 기억의 비중이 훨씬 커야 할 때도 있다. 최소한 감염병에 한해서는 잊음의 미학이란 없어야 한다. 코로나19라는 세계적 독재자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하려면. 코로나 제대로 규명도 못했는데 예산 삭감 2019년 코로나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