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4
2024
6월 14일 일본에서 출입국관리·난민인정법 등이 개정되어 육성취로제도가 만들어졌다. 육성취로제도는 기존의 기능실습제도를 대신하는 것으로 2027년까지 시행된다. 육성취로제도는 이른바 단순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을 허용하는 제도인데 외국인 노동자 정책의 큰 변화로 볼 수 있다. 1989년 제6차 고용대책기본계획에서 ‘고도전문직은 가능한 한 국내취업을 허용하지만, 이른바 단순 외국인 노동자 도입에 관해서는 충분히 신중하게 대응한다’고 결정한 이후 단순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을 공식적으로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93년 도입한 기능실습제도(우리나라의 산업연수생제도)는 ‘개발도상국의 외국인을 일본에서 일하게 해 우수한 기술기능을 습득한 후 귀국, 경제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으로, ‘기술이전을 통한 국제공헌이 목적이고 노동력 수급조절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실제는 중소기업의 노동력 확보 통로로 기능해 제도와 실제의 모순이 커 그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07.23
2022년 12월 챗GPT의 등장은 전세계에 인공지능(AI) 돌풍을 몰고 왔다. 사실 AI는 갑자기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큼 새롭거나 신기한 기술은 아니다. 그 개념은 이미 1950년대에 등장했고 연구자들은 꾸준히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다. 2001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는 당시 어른들의 동화로 평가되었지만 지금 로봇과 AI 기술 개발 속도를 보면 머지않은 미래에 충분히 현실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AI 기술이 발달하고 있는 배경에는 반도체가 있다. 반도체 없이는 AI도 없다 AI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한 연산 작업이 필요한데 이를 수행하는 것이 반도체이기 때문에 반도체가 없이는 AI도 없다. 2001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는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르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으나 AI가 당장 우리 일상에서 활용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그런데 불과 10년 후인 2011년 미국의 TV쇼
07.22
1686년에 에드워드 로이드가 런던에 개장한 커피하우스에서 시작된 보험이 21세기에 들어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전통적 글로벌 보험회사들이 여전히 세계보험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많은 인슈어테크 기업들이 보험의 역할을 손실보상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는 도전을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대표적인 보험회사 중 2012년 뉴욕에서 설립된 오스카 헬스와 2015년 설립된 레모네이드가 있다. 오스카 헬스는 디지털 도구,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 건강활동에 대한 보상을 통해 고객의 예방적 건강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레모네이드는 주택보험에서는 스마트 홈 기기와 연계한 위험감지 시스템을, 자동차보험에서는 텔레매틱스 기술을 적용해 위험을 예방하도록 한다. 이렇듯 이들 보험회사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고 후 보상이 아닌 사고 자체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전략을 펼친다. 이를 위해 각종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여 고객의 위험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고객이 위험을 낮추는 데 참여할
07.19
우리 기업의 밸류업 방안이 모색되고 있는 가운데, 앞서 기업지배구조의 개혁을 다각도로 추진해왔던 일본정부가 비(非)동의 매수합병(M&A) 활성화 정책에서도 효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원래 일본에서는 경영진의 동의를 받지 못한 M&A는 경영권을 강탈하는 적대적인 행위로 간주되고 주가조작 등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주주 이익의 존중이라는 관점에서는 무능한 경영진을 외부의 압력으로 교체하고 해당 기업의 사업을 분할하고 다른 기업과 결합하는 등의 고도의 구조개혁을 통해 주주 이익을 확대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일본경제의 효율성 생산성 성장성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방향으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업체질 개선 위한 일본정부 행동지침의 효과 이러한 변화의 계기가 된 것은 일본 경제산업성이 2023년 8월에 발표한 ‘기업매수에 관한 행동지침’이다. 이 지침은 기업 체질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는 M&A의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그
07.18
지난 12일 달러당 160엔을 넘던 환율이 하루 사이 157엔대로 급락하면서 38년 만에 엔저 시대를 맞은 일본 당국이 엔화가치를 높이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사실 일본 당국은 올해 4월 말부터 5월 말까지 엔화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620억달러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미 재무부가 일본을 환율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달러당 110엔도 되지 않는 엔고 현상에 힘겨워하던 일본으로서는 미국 정부의 눈치까지 봐가며 엔화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사실에 격세지감을 느낄만하다. 엔저로 대기업 이익 크지만 낙수효과 없어 근로자 실질임금 감소 표면적으로만 보자면 2021년 이후 일본이 맞이한 엔저 현상은 장기간 침체국면에 빠져 있던 일본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켰다. 일본 상장사 순익은 3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며 니케이225로 대표되는 일본 증시 역시 버블경제 시대를 방불케 할 만큼 활황세를 이어가고
07.17
지난 6월 16일, ‘일요진단’에서 대통령 정책실장은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세, 그리고 가업승계 및 금융투자세에 대한 세율인하 내지 폐지 등을 강조했다. 7월 2일, 정부도 하반기 경제정책 '역동경제 과제'에 최대주주할증평가 폐지 및 가업상속공제 규모 등을 발표했다. 이는 대통령의 ‘민생토론’ 등에서 세금지원 제기 등과 현 정부 출발부터 강조 및 실행하고 있는 부자감세 정책을 증명해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러한 실행의 대표적 명분은 코리아디스카운트 문제해결과 기업 밸류업을 위한 것이란다. 국내외 감세정책의 낙수효과 영향력이나 기업투자를 위한 조세지원 효과가 사라졌거나 미흡하다는 분석들임에도 이 같은 정책을 강화하는 것은 근본적 대응책을 못 찾았거나 아니면 자신들을 포함한 갑부집단을 위한 것으로만 볼 수 있다. 한국저평가 극복 의한 최우선은 지배구조 혁신 코리아디스카운트 문제의 상식적·근본적 배경은 남북관계 수준이고 직접적인 요인은 기업 지배구조 때문이다. 재벌·
07.16
올해 들어 7월 현재까지 글로벌 증시는 전반적으로 상승 기조를 나타내고 있다. 높은 물가와 늦춰진 금리 인하 시기, 지속된 강 달러 현상, 새롭게 불거진 지정학적 위험 등 여러 악재가 있었지만, 일시적인 영향을 받았을 뿐 증시는 다시 오르길 반복했다. 특히 미국의 나스닥 지수와 일본 주가지수는 반년 남짓 기간으로는 기록적이라 할 수 있는 20% 내외의 상승률을 보였고, 7월 들어서도 전반적인 상승 추세가 유지되는 모습이다. 우리 증시 역시 미국, 일본에 비해서는 부진했지만, 작년 말 대비 코스피는 7% 정도 올라 있다. 기록적 상승 보인 미 나스닥 지수 여러 위험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간 것은 결국 주요국 경기가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비해 성장이 둔화됐지만 여전히 탄탄한 미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저성장과 금융 위기설로 불안하던 중국 역시 적어도 지금까지는 예상했던 것보다 나은 경제 성과를 기록 중이다. 하반기 역시 주요국의
07.15
중국의 3중전회(당 중앙위원회 3차 회의)는 개혁을 상징하는 회의다. 경제난에 처할 때마다 굵직한 개혁조치로 해결한 사례 때문이다. 유명한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비롯해 국유기업 개혁, 다자녀 정책 등이 모두 3중전회의 산물이다. 이번 3중전회는 사상 유례없이 1년 늦춰진 후 15일 개막했다. 중국의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반영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사도 온통 개혁조치 여부에 쏠린 상태다. 유례없이 1년 늦춰 개막한 3중전회, 개혁조치 여부에 관심 의제는 지난해 말 중앙 경제공작 회의와 후속 조치로 알 수 있다. 정부와 기업 간 기술 혁신과 토지문제 그리고 재정 세제개혁이 3대 의제다. 3중전회 일정이 1년이나 늦춰진 것도 지방과 중앙 간 권력 조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결과다. 4월부터 재정 세무 전문가들이 지방을 돌며 의견을 취합한 후 6월 27일에야 3중전회 개최를 발표한 게 결정적 힌트다. 중국의 세제는 중앙과 지방세 그리고 공유 세금으
07.12
일본에서 프리랜서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23년 4월 28일에는 참의원 본회의에서 ‘특정수탁사업자와 관련된 거래의 적정화 등에 관한 법률’(프리랜서보호법)이 가결되어 그해 5월 12일에 공포돼 올 11월 시행예정이다. 프리랜서의 경우 일본 ‘노동기준법’ 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아 법적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프리랜서보호법은 프리랜서와 관련된 거래의 적정화와 프리랜서의 근무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일본도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 프리랜서 보호에 나서 일본의 내각관방(내각을 이끄는 내각총리대신을 돕는 기관)은 프리랜서를 △본인이 사업 등을 경영하고 있는 자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지 않은 자 △점포를 가지고 있지 않은 자 △농림어업종사자가 아닌 법인경영자로 정의한다. 내각관방은 2020년 시점의 일본의 프리랜서수를 약 462만명으로 추계했다. 한편 크라우딩소싱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란사스주식회
07.11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6월 19일 평양에서 24년 만에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높은 수준의 포괄적 전략동반자협정을 체결했다. 이는 미중 대립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감내해 온 한국이 설상가상 새로운 안보 위험에 봉착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5월 27일 서울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재개하기로 선언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이 눈에 띈다.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4을 차지하고, 세계 제조업의 약 40%를 점유하는 한중일 간 FTA 협상의 재개 소식은 해외로부터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한중일 FTA 협상 재개, 해외로부터도 큰 관심 싱가포르 홍콩 미국 인도 등에 주재하는 해외 전문가들의 한중일 FTA에 관한 전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이미 ‘죽음의 종소리’가 울리고 있다고 보는 ‘부정적 견해’와, FTA를 추진하려는 3국의 정치적 의지는 있지만 경제적 이해관계의 복잡성과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협상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제한적 긍정 견해’, 이
07.10
‘증분적 정책변화’란 기술혁신에서의 증분적 혁신(incremental innovation)과 같이 기존의 정책궤적을 벗어나지 못한 채 해당 정책궤적의 연장선상에서 정책적 진보를 모색하는 정책변화를 의미한다. ‘급진적 환경변화’란 기술혁신에서의 급진적 혁신(radical innovation)과 같이 기존의 궤적을 벗어나서 새로운 궤적이 형성되는 환경변화를 의미한다. 2020년대 이후 급진적 인구 감소와 인력의 질적 변화 겪어 2020년대 들어 우리가 겪고 있는 국내외 환경변화는 가히 급진적이다. 여러 가지 급진적 환경변화가 있지만 그중 우선 우리나라의 인력 측면을 보자. 첫째 인력의 양적 감소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1970년 4.53명에서 그동안 급격하게 감소해 1983년에 대체수준(2.10명) 아래인 2.06명으로 떨어졌으며, 2023년 0.72명으로 낮아졌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정책목표인 2030년 합계출산율 1.0명을 달성하더라도
07.09
최근 상속세와 종합부동산세 인하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다. 코로나19 과정에서 풀린 유동성이 자산가격 급등을 가져와 이전보다 많은 사람이 과세 대상자가 되면서 상속세와 종부세 인하논의가 제기되었다. 이러한 감세논의는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격차문제에 대한 중요한 함의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핵심적인 논의가 빠져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핵심적인 격차문제 도외시한 감세논의 첫째 현재 분배수준의 적정성 논의가 빠져있다. 경제적 불평등이 결혼 출산 교육 노동 등 사회적 격차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이러한 것이 다시 경제적 불평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속세나 종부세는 대표적인 자산 재분배 수단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정 내지 완화에 대한 논의는 현재의 불평등 수준에 대한 국민적 컨센서스에 기반해야 한다. 우리나라 소득분배의 경우 시장소득 분배는 정체되어 있는 반면 소득재분배 정책 효과가 반영된 처분가능소득 분배는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러한 개선효과가 코
07.08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간 TV토론 이후 트럼프 후보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세계경제에 입힐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1기 집권시 철강과 중국산 수입제품에 높은 관세를 물리는 등 미국의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고 중국과 무역전쟁에 집중했다. 그가 재집권하면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그리고 중국 때리기는 더 강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는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이상 관세를 물릴 것이라고 한다. 또한 다른 나라가 미국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면 보복관세로 대응할 태세다. 여기에 더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지하고 모든 종류의 자동차가 미국에서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런데 주목해볼 것은 과거 트럼프정부가 제조업과는 다르게 디지털제품과 서비스에 대해서 대외개방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1기 집권 때 제조업은 보호 디지털은 대외 개방 주도 2017년 미
07.05
예부터 ‘명태’는 우리가 가장 즐겨 먹던 생선 중 하나였다. 동해에서 풍부하게 잡혀 가격도 부담없고 맛도 일품이었다. 다양한 이름으로 서민들의 사랑을 받던 명태가 동해에서 사라졌다. 처음에는 명태를 남획해 어족자원이 고갈된 줄 알았다. 그러나 해양과학자들이 연구에 나서면서 과잉어로보다는 수온상승이 더 큰 원인으로 밝혀졌다. 온난화의 영향은 동해 명태에만 그치지 않는다. 올해도 북반구는 전례 없는 무더위와 이상기후를 겪고 있다. 전세계가 기후변화를 실감하며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 감축에 한목소리를 낸다. 2021년 영국에서 열린 UN 기후협약 총회에서 탄소중립 합창은 절정에 달했다. 주요 선진국은 2050년, 개도국은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국가 차원의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시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앞다퉈 탄소배출제로를 경영 목표로 설정했다. 탄소 다배출 업종 중심으로 탄소중립핵심기술 개발 역점 탄소중립으로 가는 여정은 말처럼 쉽지 않다. 첫
07.04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금이 덜 걷혀 국가재정에 비상이 걸렸다. 급기야 정부는 올해도 조세수입이 예상보다 훨씬 적을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조기경보시스템까지 발동한 상황이다. 한마디로 올해도 세수부족이 기정사실화 되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올해 1~5월까지 국세수입은 총 151조원으로 세수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9조1000억원 감소했고, 최근 5년 평균 세수 진도율인 47%보다 낮은 41.1%에 불과한 상황이다. 특히 2022년 법인세법 개정으로 대기업 법인세 인하 효과가 올해부터 발생하는데 기업실적 악화까지 겹치면서 법인세 실적이 지난해 동일한 기간보다 약 15조원이나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부와 여당은 부자감세 정책이 대단한 경제활성화 정책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민간의 투자와 소비수요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아직도 부자감세 정책만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완화 또는 폐지, 금융
07.03
소비와 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미국은 베짱이의 나라이고 한국은 개미와 같은 나라이다. 국가의 경제활동을 측정하는 일반적 잣대인 국내총생산(GDP) 구성 항목들 중 소비는 당장의 효용을 불러일으키는 활동이고, 투자는 미래의 소비를 위해 현재의 욕망을 억제하는 행위다. 미국경제는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투자비중은 낮은 반면 한국은 정반대이다. 2023년 미국의 GDP에서 민간소비와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7%와 21%이고 한국 GDP에서 민간소비와 투자의 비중은 각각 49%와 32%이다. GDP 대비 투자 비중이 30%를 넘어서는 국가는 한국과 중국 정도 밖에 없으니, 한국은 왕성한 투자 국가에 다름 아니다. 미국은 베짱이, 한국은 개미와 같은 나라 일반적으로 한국처럼 투자를 열심히 하는 동아시아 국가 국민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가 구미 국가보다 낮은 이유는 시스템 자체가 욕망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한국과 비슷한 성장모델
07.02
미국의 대표적 진보언론 뉴욕타임스가 최근 눈에 띄는 칼럼을 게재했다. 간판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가 쓴 ‘우리 진보진영이 서부해안에 무슨 짓을 한 건가?(What Have We Liberals Done to the West Coast?’(6월 15일자)는 제목부터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미국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서부해안지역 도시들이 엉망진창(mess)이 돼버렸다”는 첫 문장부터 신랄했다. 최남단 샌디에이고에서 최북단 시애틀에 이르기까지 ‘진보’를 표방하는 민주당이 강력한 지배력을 구축하고 있는 도시들 대부분이 노숙자와 범죄 증가, 행정기능 장애 등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진보주의(progressivism)를 내세우며 펼친 정책들이 진보로 귀결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주택정책을 단적인 예로 들었다. ‘주택공급은 인권의 영역’이라며 공화당이 집권한 플로리다주나 텍사스주보다 진보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주택보급률은 되
07.01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한달밖에 안 되었지만 인공지능(AI) 관련 법안이 벌써 5건이나 발의되었다. 상당히 고무적이지만 법안 내용이 AI 글로벌 경쟁의 생존 해법으로는 미흡한 실정이다. 현재 발의된 법안들은 AI 기술·산업의 진흥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규제가 혼재되어 있다. AI 진흥과 규제를 모두 규정으로 만든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우리나라와 달리 진흥과 규제를 분리했다. 진흥과 규제를 하나의 법률에 담는다면 일견 진일보한 형태 같지만 실상은 비효율적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진흥과 규제 두 목표가 상반된 성격을 띠고 있어 상충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며 최상위 의사결정 기구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이 진흥과 규제 양쪽 모두에서 최고의 전문가일 수 없기 때문이다. AI 산업진흥을 위한 법제화에 우선순위 두어야 대안으로 위원회를 2개 설치하는 혼합형을 선택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미국과 EU처럼 두 규정을 분리운영하는 것이 각자의 목적에 집중할 수 있어 더
06.28
일본의 인구는 2023년 10월 기준으로 1억2435만명(외국인 영주자 316만명 포함)이다. 하지만 선진국 중에서 인구감소와 고령화라는 심각한 문제를 가장 먼저 경험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총인구는 13년째 감소하고 있는데, 최근 10년 동안 560만명이 줄었다. 게다가 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29.1%, 약 3600만명(75세 이상 약 2000만명)이나 되는 초고령사회다. 이 정도 규모의 고령인구를 안고 있기에 일본은 고령자의 건강문제에 대해 쇠약(frail)예방, 재택 및 시설요양(介護)을 병원치료보다 더 중시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에 없는 케어매니저 제도로 요양시스템 운영 2000년에 도입된 개호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은 의료보험체계에 통합되어 있고, 40세 이상은 의무적으로 가입한다. 현재 약 690만명(65세 이상 인구의 약 20%)이 증상 정도에 따라 지원필요I, II, 요양필요I~V로 단계별 요양 인정을 받고 있다. 요양필요I은 ‘식사나 배
06.27
스위스재보험사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세계의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 2800억달러 중 38.6%인 1080억달러만 보험으로 보장했다. 나머지 61.4%는 보장하지 않았다. 이처럼 보험으로 보장이 필요한 수준과 실제 보장하는 수준 간의 차이를 ‘보험보장 격차’라고 한다. 보험보장 격차는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난다. 2023년 3월에 글로벌보험협회연맹(GFIA)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보험보장 격차는 연금 1조달러, 사이버보험 9000억달러, 건강보험 8000억달러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보험보장 격차가 큰 것은 우선 소득이 낮아 보험에 가입할 여력이 없거나 보험에 대한 인식과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위험도 상승에 따른 보험료 인상으로 이용가능성이 작아지는 것도 원인이다. 한편 요율규제나 회계제도 등으로 인해 보험회사가 관련 상품 공급을 기피해도 보험보장 격차가 생긴다. 나아가 보험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대체하는 것도 원인이다. 보험보장 격차 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