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4
2024
미국 애플이 2025년 이후 아이폰용 패널을 모두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바꾸기로 함으로써 일본제 패널은 아이폰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샤프 등은 스마트폰용 OLED를 생산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폰용 패널은 2015년경만 해도 일본 기업이 70%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한국기업이 7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액정에서 OLED로 기술이 전환하는 과정에서 샤프는 선도기업으로서 새로운 기술로 이행하지 못한 리더기업이 쇠퇴하는 전형적인 ‘이노베이션의 함정’에 빠졌던 것이다. 기존 기술의 강자가 빠지는 함정 피해가지 못한 사프 원래 샤프는 오래전부터 전자계산기 분야에서 액정 기술을 개척해 액정시장의 확대에 주력해 왔다. 이 과정에서 샤프는 소니 파나소닉 등 브라운관 TV의 강자를 능가하는 TV의 강자로 부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성공체험도 있어서 샤프는 ‘액정 다음의 디스플레이도 고도화된 액정’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디스플레이 기술의 중심
09.23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은 지난 18일, 4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5.5%에서 5.0%로 0.5%p나 낮췄다. 유럽중앙은행(ECB)이 2년 만에 기준금리 ‘피벗’을 선언한 올해 6월 당시만 하더라도 미 연준은 6월부터 연 3회에 걸쳐 인하할 예정이던 올해 기준금리를 연 1회 인하하는 것으로 계획수정하겠다고 할 만큼 기준금리 인하에 보수적이었다. 그런 미 연준이 돌연 ‘빅컷’을 단행했으니 이번 결정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연준의 예사롭지 않은 태세전환, 경기침체 알리는 신호탄일까 미 연준의 갑작스런 태세전환으로 통화정책 방향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같은 날 함께 공개된 미 연준 의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는 올해 연말까지 추가 0.5%p, 내년에는 분기별 0.25%p씩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 연준은 기준금리 결정 시 참고하는 준거인 이른바 중립금리를 현재 몇%로 보고 있는
09.20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내수와 수출의 양극화가 2024년 하반기 현재까지도 우리 경제와 증시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확장에 따라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우리나라의 간판 수출 제조업체와 관련 기업들은 호황을 보이고 있지만 내수 기업들은 장기간 불황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작년 동월대비 소매판매증가율은 지난해 여름 이후 한달을 제외하고 거의 1년째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고 있다. 2022년과 2023년에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장기적 소비 불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3년 이후 전년 동기대비 설비투자증가율은 소폭의 마이너스와 플러스를 반복하며 정체된 모습이다. 최근 발표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소비와 투자의 역성장으로 2022년 4분기 이후 1년 반 만에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증시에서도 같은 모습이 관찰된다. 우리 증시는 올해 들어 글로벌 증시 중 하위권의 성적을 보이고 있고, 특히 내수 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09.19
중국경제는 디플레이션 위기 상태다. 각종 경기부양책에도 소비가 되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0.6% 올랐으나 이상고온으로 채소와 돼지고기 가격이 각각 21.8%와 16.1% 오른 탓이다. 올해 8개월간 CPI 평균 상승률은 0.2%다.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CPI 상승률도 2021년 3월 이후 최저치다. 생산자물가(PPI)는 23개월째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중국경제 각종 경기부양책에도 디플레이션 위기 디플레이션은 유효수요 부족을 의미한다. 총수요를 줄이는 요인으로 부동산가격 하락을 빼놓을 수 없다. 부동산 투자는 8월 말까지 10%나 줄었고 판매가격도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중국의 부동산가격 조정주기는 긴 편이다. 부동산뿐 아니라 관련 분야의 가격 회복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긴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부동산 침체는 지방정부의 부채 해소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채무
09.13
최근 일본에서는 퇴직대행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퇴직대행은 근로자 본인을 대신해 대리인이나 변호사가 회사에 퇴직의사를 전달하는 서비스다. 이전에는 주로 변호사가 담당해왔는데 최근 이용자가 늘면서 퇴직대행회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퇴직대행업체는 회사측에 의뢰인으로부터 의뢰받은 사표를 건네며 ‘본인과 절대 연락하지 말 것’ ‘개인 물건은 우편으로 보내거나 폐기할 것’등의 주의사항을 함께 전달한다. 2023년 10월 인재소개서비스 등이 주된 사업내용인 엔 재팬 주식회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유효 응답자 7749명)에 의하면 퇴직대행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는 72%였는데 연령대별로는 20대가 83%, 30대가 78%, 40대 이상이 64%로 연령대가 낮을수록 퇴직대행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퇴직대행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비율은 2%에 불과했지만 20대의 이용률은 5%로 40대의 1%를 크게 상회했다. 젊은층 전직 늘면서 퇴직대행 이용도 늘어
09.12
정부는 지난 6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의 신설을 추진하는 등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했다. 일·가정 양립 지원을 강화하고 교육·돌봄·주거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세부 정책도 발표했다. 7월에는 대통령실 내에 저출생수석실을 신설했다. 인구전략기획부는 교육·노동·복지 정책을 통할하고 이민정책도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21세기 고도 지식정보화 시대에 국가의 발전을 추동하는 핵심적인 요소는 국민의 지적역량이다. 국민의 지적역량은 인구통계의 변화와 관련이 깊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젊은 인구의 비중 감소를 초래한다. 이는 국민의 지적역량 감소로 이어지고 국민경제를 위축시킨다. 정부 인구정책 출산율 증가와 생산성 향상, 이민 등 국내 정책에 머물러 한국의 젊은 인구는 지난 30년 급속하게 감소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34세 청년인구는 1993년 1397만4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3년 1056만3000명으로 줄었다. 그동안 사적
09.11
최근 세계은행은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이란 보고서에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 1960년 1200달러도 채 안됐지만 2023년엔 3만3000달러에 육박했다”며 한국을 ‘성장의 슈퍼스타(superstar)’ ‘모든 중진국 정책 입안자들이 숙지해야 할 필독서(required reading)’라고 평가했다. 중진국 함정이란 개발도상국이 중진국으로 진입한 뒤 고소득 국가로 도약하지 못하고 성장이 정체되는 현상을 뜻한다. 한국 ‘3I’로 중진국 함정 탈출했지만 ‘한국형 함정’에 갇혀 세계은행의 보고서는 한국이 중진국 함정에 갇히지 않고 고소득국가로 발전한 이유를 첫째 대외개방 해외자금도입 등을 통해 투자자금 마련과 이를 교육과 인적자본, 인프라에 과감하게 투자(Investment), 둘째 선진 해외기술의 도입과 주입(Infusion), 셋째 경쟁·해외 진출 촉진과 기술혁신(Innovation) 강화로 요약한다. 이러한 ‘3I 전략’이 그동
09.10
우리 사회 일부에선 실력과 수월성이 존중되어야 할 분야까지 형평성 차원의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다반사다. 실력이나 혁신 노력이 아닌 목소리를 키워 문제를 해결하려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이를 강화하는 제도 도입도 나타나고 있다. 냉정한 국제경쟁 때문에 치열한 혁신과 실력이 자원배분 기준이 되어야 할 영역에서조차 약자보호라는 시혜적 기준이 적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기업 규제나 중소기업 지원 문제도 이러한 영역 중 하나다. 중소기업 대비 대기업 차별적 규제나 지원은 경우에 따라서는 당연하다. 예를 들어 독과점 대기업 규제는 정당할 뿐만 아니라 더욱 조장될 필요도 있다. 독과점 기업은 시장의 정상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 잉여를 해당 기업 이익으로 전환함과 동시에 공정경쟁을 해치고 장기적으론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 미국을 포함한 각국이 독과점 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이유다. 연구개발 영역에서 대기업 차별 사라져야 중소기업의 경쟁 여건 보완을 위한 제도 도입도 불가피한
09.09
최근 대출규제 강화로 시중은행에서는 ‘대출절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출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심상치 않게 나타나자 정부에서는 규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금리인하가 조만간 예견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정책 피봇, 금리인하 기대감도 커지고 있어 대출 조이기는 보다 강화될 조짐이다. 은행 중심의 규제정책 얼마나 효과있을지 실효성 의문 지난 7월부터 이어진 은행권 대출금리 인상과 수도권 주택 등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규제하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규제(DSR )가 9월부터 시행되고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제한 등 은행을 통한 규제의 강도도 강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 규제강화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제2금융권을 포함한 모든 가계대출 한도를 규제하는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시기를 앞당기고 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강화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상태다. 하지만 대출 공급자인
09.06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을 방직산업이 주도했다면 20세기 우리의 산업발전은 섬유패션이 이끌었다. 1960년대는 당시 최신제품이던 나일론과 폴리에스터를 생산했고, 1987년에는 단일품목으로는 처음으로 100억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생산과 수출의 25%를 책임지던 예전 같지는 않지만 섬유패션은 여전히 대한민국의 주력산업 중 하나다. 6만여 업체, 26만 종사자, 44조원의 생산액으로 우리 제조업에 있어 기업수 기준 10.2%, 생산액 기준 2.1%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경제 성장과 함께 한 섬유패션 여전히 주력산업 섬유패션은 원료와 원사를 생산하는 업스트림, 원단제작과 염색가공을 포함하는 미들스트림, 그리고 의류와 산업용 섬유제품을 산출하는 다운스트림으로 분류된다. 더 간단히 하면 ‘섬유(textiles)’와 ‘의류(clothing)’로 나뉜다. 2022년 세계무역기구(WTO)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섬유·의류 총수출액은 105억달러, 수입은 193억달러다. 섬유는 수출 83
09.05
1998년 노키아는 미국 모토롤라를 제치고 세계 1위의 휴대전화 제조업체로 등극했다. 이후 2007년 말에는 세계 휴대폰 시장의 4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기록했고, 핀란드 수출물량의 20%,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약 25%에 해당 될 정도로 엄청난 공룡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에 팔렸다. 노키아는 변화와 혁신에 뒤쳐진 기업의 전형적 사례로 꼽힌다. 최근 반도체의 대명사였던 인텔이 노키아와 같은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주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변화의 주기가 빠른 정보통신기업(ICT) 만이 아니다. 독일 최대 자동차회사 폭스바겐이 87년 역사상 처음으로 자국 내 공장 폐쇄를 검토한다. 폭스바겐 경영진은 2일(현지시간) 노사협의회에서 독일 내 일부 공장 폐쇄와 감원이 포함된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자동차산업 무게중심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으로 이동한 가운데 변화와 혁신에 뒤쳐졌기 때문이다. 일본과 유럽 5대강국이 미국에 뒤쳐진 근본 이유
09.04
우리 시간으로 9월 19일 새벽,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한국은행도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다시 중앙은행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중앙은행은 현대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위대한 제도다. 중앙은행은 한 사회에서 통용이 되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데, 중앙은행 설립 이전의 금리 결정 메커니즘은 요즘과 많이 달랐다. 한·미 중앙은행 기준금리 인하의 시간 다가와 돈의 가격에 다름아닌 금리는 사회 전반의 돈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수요는 돈을 빌리는 차입자 입장을 반영하는데 일반적으로 경기 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다. 경기가 좋을 때 돈의 수요는 늘어나곤 한다. 기업의 설비투자 수요나 가계의 소비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경기가 좋을 때 금리는 상승하고 경기가 나쁠 때 금리는 하락한다. 피셔방정식은 금리결정 요인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산식
09.03
요즘 금융시장에서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은행의 대출금리가 제2금융권인 보험회사보다 더 높아진 것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연3.65~6.05%로 오르면서 보험사인 삼성생명(연3.59~5.04%)을 넘어섰다. 은행들이 “대출시장 과열을 억누를 조치를 내놓으라”는 금융당국 압박에 따라 연일 금리를 끌어올린 결과다. 반면 보험회사들은 기준으로 삼고 있는 3년 만기 국고채의 금리하락을 반영, 주담대 금리를 되레 낮추고 있다. 은행들이 금리인상 행진을 계속할 가능성이 큰 만큼 대표적 서민 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의 주담대금리(최저 연 3%대 후반)마저 추월할 날이 멀지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석열정부 선심성정책의 후유증 수습하기 제1금융권인 은행과 2금융권 간의 이런 금리역전은 금융시장의 상식을 깨뜨리고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1금융권은 우량한 고객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을 공급하고, 2금융권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떨어지
09.02
미국 경제 월간지 포춘(Fortune)의 2023년 ‘글로벌 500대 기업’ 현황이 최근 발표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국기업이 중국기업보다 많다는 것이다. 미국기업은 139개사, 중국기업은 128개사로 미국이 11개 더 많다. 일견 당연한 것 같지만 지난 2019년부터 3년간 연속해서 중국기업이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상 처음으로 중국에 역전당한 미국은 대규모 경제부양과 인공지능(AI) 기술 돌파를 통해 2022년 중국보다 1개 많은 수준으로 가까스로 재역전했다. 2023년 10개사 이상 큰 차이를 벌린 성과로 미국은 ‘저승 갔다가 살아 돌아온’ 것 같은 안도감과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1라운드 역전승한 미국, 중국의 혁신경쟁 리턴매치에 직면 미국 재역전 성공의 일등공신은 미중 패권경쟁을 주도한 미국정부다. 1994년 글로벌 기업을 처음 신고한 중국은 파죽지세로 기업수를 늘리다가 사상 처음으로 2022, 2023년 연속으로 글로벌 기
08.30
도쿄 북서쪽 내륙 산간지방인 나가노현은 아름다운 자연과 전통문화가 남아있는 곳이지만 대표적인 인구감소 지방이기도 하다. 2001년 222만명 인구가 올 7월에는 199만명으로 줄었다. 자연인구 감소와 함께 타지방으로 전출이 전입보다 많기 때문이다. 지방 인구감소는 고령화, 지역기업소멸과 더불어 일본의 3대 지방문제다. 이에 대응해 일본정부는 2014년 ‘마을·사람·일자리 창생법’을 제정해 10년째 지방창생을 추진하고 있다. 대단한 효과를 보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방에 대한 관심이 늘어 인구가 느는 곳도 생겼다. 일본정부가 내린 10년 평가(내각관방실, 2024년 6월 10일)에 따르면 “각 지자체의 주체적인 활동”이 지방창생의 중요한 요인이자 성과라고 한다. 일본 고향납세 기부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된 배경 나가노현 북부 북알프스산록에 백마촌(하쿠바무라)이란 마을이 있다. 학생수가 감소해 2015년경에 공립 하쿠바고교가 폐교위기에 놓였다. 유명 스키선수를 많이 배
08.29
정부가 2025년도 예산안을 발표했지만 결과적으로 건전재정도 지키지 못하고 민생도 챙기지 못하는 최악의 긴축 예산안이 되었다. 사실 정부의 긴축 예산안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현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강조해왔고 경제 전망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세금도 제대로 걷히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0.1%p 하향 조정하고, 내년은 이보다 더 낮은 2.1%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올해 성장률 전망을 2.5%에서 2.4%로 낮춰 잡았다. 지키지 못할 재정준칙 만들어놓고 취약계층, 서민에 대한 지원마저 외면 문제는 재정건전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3년 내내 관리재정수지 목표치인 –3%를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번에 발표한 예산안의 내용을 보면 보건·복지·고용 예산 증가율이 4.8% 수준으로 10년 내 최저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지키지도 못할 재정준칙을 만들어 놓고 취약계층 영세
08.28
최근 국내외적으로 4차산업혁명의 신기술에 따른 위험이 새롭게 주목받았다. 미국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일으킨 세계적 IT 장애와 국내외의 전기자동차 화재 사고가 계기가 되었다. 이들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신기술이 초래하는 위험은 사고의 원인이나 피해의 확산 양상 및 규모가 이전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런데 위험에 맞는 보험으로 보장하지 못해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지를 둘러싸고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자칫 이해당사자 간의 소송전으로 비화하면 사건을 매듭짓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물론 보험회사들은 새로운 위험의 발생 및 확산에 대비해 데이터 수집 및 분석역량을 강화하는 한편으로 보험신상품 개발과 요율 산출기법 혁신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부문에 많은 역량을 배치하고 있고, 새로운 위험에 맞게 업무관행을 바꾸지 못해 아직은 개선의 여지가 많다. 더구나 전통적 위험에서 새로운 위험으로 이행하는 경로 판단이 어려워 업무관
08.27
최근 SK그룹과 두산그룹은 사업구조조정을 위해 계열사간 분할 및 합병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두 합병에 대한 자본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다. 미국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은 많은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지주회사인 알파벳만 상장되어 있다. 구글은 알파벳이 100% 보유한 비상장기업이다. 따라서 알파벳이 사업구조조정을 위해 계열사간 분할합병을 하더라도 주주가치의 변화는 없다. 반면 우리나라 대기업은 지주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상장된 자회사에 대한 지주회사의 지분율이 높지 않다. 그룹 차원의 사업구조재편을 위해 계열사간 분할 및 합병을 하는 경우 합병비율에 따라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익이 충돌될 수 있다. 지배주주 입장에서 자신의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의 기업가치는 높게 평가하고 지분율이 낮은 계열사의 기업가치는 낮게 평가할 유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계열사간 합병과정에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익 충돌 SK그룹은 배터리 사업을 하는 SK온
08.26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이자 소비시장이다. 지난해 기준 전세계에 팔린 전기차 900만대 중 57%는 중국 몫이다. 2위인 유럽(22%)이나 3위 미국(13%)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중국 BYD의 경우 지난해 판매량이 158만대로 테슬라 181만대에 이어 2위다. 판매증가율로 따지면 73%로 테슬라의 두 배 수준이다. 중국 전기차의 약진은 10년에 걸친 투자의 결과다. 지난해 외국기업의 중국 투자 중 신에너지나 배터리 등 전기차의 비중은 69%다. 1년 전에는 이 비중이 41%였다. 국가 자본주의식 산업정책이 낳은 악순환 고리 이런 방식의 투자 유치는 전기차와 배터리뿐만 아니다. 태양광 로봇 반도체 등 재정 보조금과 저리의 융자를 받을 수 있는 국가전략 산업 분야를 망라할 정도다. 이른바 투자와 보조금 권한을 가진 지방정부가 특정 산업을 육성해 국내총생산(GDP)을 늘리는 중국식 산업정책의 산물인 셈이다. 중국의 생산 방식은 수요를 고려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08.23
국토교통부가 최근 몇년간 주택 임대시장과 관련 몇가지 정책적인 과오를 범하고도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첫째, 과도한 전세 보증과 전세 대출을 통해 무자본 갭투기, 전세사기를 성행하게 하고 전세금 가격 상승의 원인을 제공하여 온 점이다. 둘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임대사업자 감독체계가 작동하지 않는데 개선 대책이 없다. 셋째, 시장에서 소형주택 공급이 잘못되고 있는데도 대책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전세사기, 깡통주택의 온상이 되고 있어 임대인과 임차인들의 소형주택 기피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라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켜 전세사기, 깡통 전세, 갭투기, 임대사업자에 대한 신뢰 저하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제대로 방향 못잡는 국토교통부 주택 임대시장 정책 우선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과 전세대출 문제부터 살펴보자. 주택가격이 2억원인데 전세보증한도를 100%인 2억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