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2
2024
현대 민주국가에서 개인의 자유가 사회에서 일정 정도 제약을 받는 것처럼 법인 영업의 자유도 시장경제 하에서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보험회사는 많은 규제로 영업의 자유가 제약받는 대표적 법인이다. 한때 규제완화 바람이 불었으나 최근 건전성 제고는 물론 소비자 보호를 위해 규제가 다시 강화되는 추세다. 심지어 규제가 완화된 영역에 대한 비명시적 규제까지 고려하면 보험회사의 자율경영은 요원한 것처럼 보인다. 물론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보험 주요국에서도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다. 그럼에도 이들 주요국의 보험회사는 자율경영이 침해된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우선 규제를 마련할 때 당국과 시장 간 소통이 원활한 편이어서다. 국가마다 시장 의견을 반영하는 방법과 수준에서 차이는 있지만 당국과 시장의 관계가 일방적이지 않다. 영국의 경우 제시된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이유까지 공개할 정도다. 감독 또한 엄정하게 행해지고 보험회사가 순응하되 양자 간에는 건설적 긴장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04.19
3월 29일,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은 최저임금위원회에 2025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했다. 앞으로 심의가 시작되면서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이미 언론에서는 최저임금에 대한 차등적용이 거론되고 있다. 산업·업종별 지역별, 그리고 외국인에 대한 차등 적용 등이다. 일본의 경우 오래전부터 지역별 산업별(업종별) 최저임금이 적용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차등적용이 사실상 효력을 상실하고 있다. 전국 단일 최저임금 도입하는 일본 먼저 지역별 최저임금을 보자. 일본은 매년 중앙최저임금심의회의 기준액을 참고로 47개의 지역최저임금심의회에서 당해 지역의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있는 2중구조다. 참고로 일본의 지역최저임금의 결정요소는 노동자의 생계비 임금 지불 능력이다. 일본 중앙최저임금심의회는 47개 도도부현을 A B C D 4개의 랭크로 나누어 최저임금 인상 기준을 결정했다. 이 기준이 2023년부터는 3개 랭크로 줄었다. 또한 랭크별 최저임금 인상 기준액도
04.18
우리나라 법률안 통계를 보면 1950년에 119개였던 법률이 이제 1600여개에 달한다. 법률안 제안건수도 14대 국회까지 1000건 미만이었으나, 21대 국회에서는 2만5000여건에 달할 정도로 대폭 늘어났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헌국회에서 정부발의 법률안은 전체 제안건수의 58% 수준이었으나, 21대 국회는 3.2%에 불과하다. 법률의 제・개정에 있어 정부보다 국회의 역할이 강화되어가는 추세를 엿볼 수 있다. 입법량 늘고 낮은 품질로 국민생활 혼선 입법은 헌법상 국회의 고유권한이고 국회의원과 정부는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으므로 의원입법을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의원입법이 늘어나는 이유로 정부부처 공무원이 국회에 청부입법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이는 정부 내 법률입안절차가 길고 복잡하며 입법과정에 부처 간 갈등이 첨예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법률이 신속하게 제・개정되는 것은 중요하다.
04.17
일본경제가 소위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장기부진 상황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물가하락 속에서 수요가 감소하고 임금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면서 올해 춘투 임금인상률은 대기업의 경우 5%대에 달하고 중소기업도 4%를 넘는다. 물론 일본은 저출생 인구감소 문제에 고전하고 있으며, 잠재성장률이 실질기준으로 여전히 1% 내외 수준을 크게 벗어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명목경제성장률은 2% 이상으로 회복되면서 재정수입 임금 기업이익이 늘어나기 쉬운 상황으로 호전했다. 이에 힘입어 일본 주가도 지난 1989년 말에 기록한 버블경제 붕괴 이전의 최고 수준을 회복하는 호조세를 보였다. ‘잃어버린 30년’에서 부활하는 일본경제 일본의 부활은 과거 미국 패권에 도전할 수 있었던 만큼의 경제적 활력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일본의 위상 변화도 주목된다. 미국이 아시아의 전략적인 파트너로서 일본을 중시하면서 미일 간
04.16
현대사회는 디지털 혁신 기술이 주도하는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양자기술, 5G·6G 등 첨단기술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부상했다. 오늘날 표준은 단순한 규격이나 기준을 넘어 국가전략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 제품과 서비스의 상호운용성, 안전 및 보안 보장, 사용자 편익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표준은 다양한 산업 분야의 개발과 육성, 촉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요소로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서 그 역할을 더욱더 확장해 나가고 있다. ‘표준'은 디지털 신질서의 근간 AI나 양자기술 분야 표준 경쟁에서는 단순히 기술적 우위를 넘어 국가 간의 지정학적 경쟁과 긴장 속에서 동맹국 간 협력도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표준화 무대에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중국 등 비서방 국가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우방국 간 연합이 공고해지는 ‘표준 블록화’ 현상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첨예한 글로벌 표준 경쟁 속에서 주요국은 표준을
04.12
전세계가 주목했던 중국의 양회가 지난 3월 11일 종료되었다. 서방의 기대와는 달리 경제 분야의 정책은 큰 변화가 없었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목표는 5%로 지난해와 같다. 올해도 지방정부 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조위안 규모의 중앙정부특별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산업 정책은 ‘전통산업 업그레이드, 신흥산업 확대, 미래산업 육성’ 전략 아래 ‘혁신과 고품질 발전’을 강조했다. 특히 ‘새로운 질적 생산력’ 구상을 제시하고 기술연구 분야에 전년 2% 증가 대비 10% 증가한 3708억위안을 할당함으로써 혁신 기술력의 글로벌 선두 주자로 도약하려는 열망을 표출했다. ‘새로운 질적 생산력’ 구상 제시한 중국 양회 핵심 키워드로 부상한 ‘새로운 질적 생산력’ 구상의 목표는 다중적이다. 즉 전기자동차 배터리 태양전지 등 미래지향적인 신성장동력의 육성을 통해 경제 회복을 촉진하고, 서방의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 압박에 대처하며, 장기적으로 첨단기술의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는
04.11
최근 들어 빠르게 뒤쫓긴 했지만, 올해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 주식시장이 좀처럼 미국 일본 유럽 등 글로벌 주요국 주식시장 성과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높은 중국 의존도와 중국경제의 상대적 부진, 국내 부동산 시장위축과 잠재적인 금융시장 위험 등이 경제적 측면의 요인으로 우리 주식시장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은행이 언제쯤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인지, 소득 보전을 포함해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은 안 나오는지 기대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은행이 통화완화정책을 단행할 상황도 아니고, 과감한 재정정책으로 돈을 풀 때도 아니다. 설사 그러한 정책을 펼친다고 해도 주식시장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4월 들어 글로벌 통화정책 환경 급변 사실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4월 들어 통화정책 환경은 이미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하반기가 시작되기 전에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국 통화정책 완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수그러든 상황이다. 심
04.09
다양성은 아름다운 것이다. 다양성이 아름다운 이유는 더 오랜 생명력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2년 이후 지속해 온 대형마트 규제는 다양성을 지켜주는 데 기여하지 못했다. 유통산업 ‘발전’법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변화하는 유통환경 속에서 경쟁과 균형의 장기적 영향력을 검증하지 않은 채 ‘발전하는 업태를 규제하면 다양성이 유지될 것’이라는 순진한 신념에 근거했기 때문이다. 소비자 불편을 강제하고 전체 유통산업에서 발전하는 업태로 낙인찍히면 되레 규제대상이 된다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을 뿐이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윈윈’하는 파트너 이런 의미에서 정부가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결정은 환영할 만하다.현행법에서 허용가능한 수준에서 그간 금지했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고 영업제한 시간내 배송금지를 철폐하겠다는 진행과정은 소비자 복지를 개선하고 우리 유통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공휴일 휴무가 평
코로나19 과정에서 대부분 선진국 중앙은행이 일본의 양적완화를 쫓아 ‘일본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후 경기회복 추세와 인플레이션 확산으로 ‘탈일본화’했고, 일본 중앙은행도 마침내 3월 19일 플러스 금리로 전환하는 정책변화를 했다. 그동안의 저성장 저물가 체계가 굳어져 있던 일본이 디플레이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음을 자신하는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17년 만의 금리인상으로 예금금리가 상승하고 부동산가격도 들썩이고 있으며 닛케이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장기 경기침체 국면 탈출의 시장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일본과 한국, 비슷한 듯 다른 고령화 과정 일본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는 인구의 30%가 넘는 고령인구 구조로 인해 여전히 일본의 디플레이션 극복이나 저성장 탈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을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향후 4년간 일본 경제성장률이 미국의 2%에 비해 훨씬 낮은 연 0.5%에 머물 것으로 전망한다. 더욱이 상대적으로
04.08
최근 해외 온라인 플랫폼 이용이 급증하고, 국내 소비자가 해외에서 직구하는 규모도 크게 늘었다. 해외 직구액은 2021년 5조1000억원에서 2023년 6조8000억원 정도로 3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알리 테무 같은 중국 플랫폼이 다양한 상품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국내에 적극 진출하고 있고, 총 직구액의 절반 수준을 이들이 차지할 정도가 됐다. 급팽창에 다른 소비자 불만과 분쟁도 증가 해외 플랫폼이 급팽창하면서 소비자 불만이나 분쟁건수가 증가하고, 짝퉁 상품이나 유해 물품의 유입, 국내 플랫폼과의 역차별 문제, 개인정보의 해외 유출과 같은 부작용도 함께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적극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달 정부는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 종합대책’(종합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런데 소비자가 해외 플랫폼을 많이 이용하는 것은 다양한 일상용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고물가 추세가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은 해
04.05
첨단기술에 기업과 국가의 미래 생존이 달려 있다. 인공지능이나 양자기술은 바이오 에너지 금융 등 모든 산업의 판도를 뒤엎을 수 있으며 무기체계나 전쟁의 양상에도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각국은 첨단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첨단기술 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확보한 기술을 지키는 데 온 힘을 쏟는다. 여기에 자국기술을 무기화해 상대국을 압박하거나 국제질서를 주도하려 하면서 세계적으로 기술전쟁이 확산되고 있다. 기술전쟁시대 역할 두드러지는 특허청 기술전쟁 시대에 특허청의 역할이 두드러지고 있다. 독특한 역량과 자원 덕택이다. 특허청은 박사청이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공학박사 변리사 기술사 등 전문인력을 심사관으로 보유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개발한 첨단기술정보를 상시로 들여다보며 분석이 가능하다. 기술의 흐름을 읽고 동향을 파악하는 데 최적화된 기술관청인 셈이다. 경제안보이슈를 다루기 위해 장관급협의체로 설치된 대외경제전략회의에 특허청장이 외청장 중
04.04
올해부터 정부는 2020년에 시행된 계속고용제도의 지원기간을 종전의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등 고연령자가 보다 오랫동안 노동시장에 머무를 수 있도록 대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한편 한국노총은 2023년 11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복귀하면서 정년연장을 최우선 논의 과제로 제시했다. 한국 사회에 있어서 정년 연장을 포함한 고연령자의 고용연장이 주요 관심사인 것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일본 70세까지 고용연장 노력의무화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65세까지의 고용연장을 의무화한 이후 최근에는 70세까지의 고용연장을 노력의무화(努力義務化)했다. 그 이유로는 첫번째 인구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일본정부가 ‘고연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한 2004년의 출생률은 1.29까지 감소해 현재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출생률 2.07을 크게 밑돌았다. 한편 2004년의 고령화율은 19.3%로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저
04.03
요즘 우리 증시에서는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된 논쟁이 뜨겁다.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후진적 지배구조에 기인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논쟁은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다. ‘자본’이 얼마나 중요하기에 ‘자본’에 ‘주의’라는 단어가 붙었을까. 자본은 증식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사업밑천’에 다름 아닌데, 기업이 자본을 조달하는 방식은 외부로부터의 차입과 주주들의 출자로 이뤄진다. 기업에 자본을 공급하는 주체는 채권자와 주주들인 셈인데, 채권자는 기업에 대해 제한적 이해관계만을 가진다. 채권자들이 기업에 대해 가지는 이해는 정해진 원금과 이자를 수취하는 데 한정되기 때문이다. 반면 주주는 기업의 흥망성쇠가 곧바로 자신이 투자한 자본의 증식 여부와 결부된다. 기업 지배구조 논쟁으로 뜨거운 증시 기업에 자본을 공급한다는 점에서는 채권자와 주주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주주들은 기업의 가치제고
04.02
노무현 전 대통령은 화법이 직설적이었다. 신문사 경제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와 몇차례 식사를 함께 하면서 거침없는 화법에 놀랐던 기억이 많다. 그 중에서도 저출생 대책 시행에 회의감을 토로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효과가 의심스러운 데도 언론의 여론몰이 때문에 마지못해 정책을 내놓는 경우가 있다. 출산지원대책이 그렇다. 사람들이 ‘세상 참 살기 좋다’고 생각하면 저절로 아이를 많이 낳아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어질 것이다. 팍팍한 세상을 그대로 둔 채 출산 지원에 재정을 풀어봤자 국고를 허비할 뿐이다.” ‘사람 사는 세상’을 국정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그다운 얘기였지만 두고두고 그때의 말이 생각날 때가 많다. 저출생 문제가 그가 토로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어서다. 역대 정부의 온갖 대책에도 불구하고 합계출생률이 2022년 0.78명에서 작년에는 0.72명으로 더 추락하며 ‘부동의 세계 1위 저출생국가’ 기록 경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38개 선진국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
04.01
수출이 산뜻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2월까지 수출액은 1072억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반도체와 자동차의 쌍끌이로 내용적으로도 만족스럽다. 무역협회가 전망한 금년 수출액 6800억달러 달성이 당초 어렵게 보였지만 이제 가시권에 들어왔다. 수출 호조에 고무된 정부는 수출 목표액을 7000억달러로 과감하게 높이고 범정부적으로 수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추진력이 지속가능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현재 세계 무역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 전망을 금년 1월에 수정했는데 세계교역량 증가율은 3.5%에서 3.3%로 하향 조정하면서 세계 성장률은 2.9%에서 3.1%로 상향했다. 통상환경 악화로 세계무역은 줄어도 미국과 중국 등 몇몇 나라는 성장률이 더 높아지는 ‘무역없는 경제성장’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무역없는 성장’ 암울한 경제 패러다임 확산 돌이켜보면 2차대전 이후 무역이 성장을 견인하는
03.29
일본에 온 한국 관광객들은 교통요금을 빼놓고는 한국보다 저렴한 물가수준에 놀라고 즐거워한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이 이제 끝나간다. 3월에 일본경제는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린 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터널을 빠져나오는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 이른바 ‘디플레 탈출 선언’이 임박했다는 분위기다. 2022년 이후 엔저와 함께 물가 임금 주가가 상승하고 이제 인플레 대책인 금리인상마저 거론되는 국면이다. 그런데 각 항목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좀 복잡하다. ‘디플레 탈출선언’ 임박한 일본경제 첫째로 물가상승.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023년 3.0%였고 2022~2024년 3년 연속으로 정부의 ‘2.0% 물가상승’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89~1991년 이후 33년 만이다. 그러나 일본의 물가상승 이유는 국제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수입가격이 올라 공급 측면의 기업 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국제요인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다시 물가하락으로 갈
03.28
우리나라 최대 문제 중 하나가 격차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세대 간 격차, 서울과 지방의 격차 등등. 격차의 주된 지표가 임금 또는 소득인데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상생 연대임금, 임금체계 개편 등이 제기된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다 보면 임금격차보다 더 심한 것이 기업의 교육비 지원이다. 즉 학자금 제도의 유무와 지원액의 격차다. 임금격차보다 더 심각한 대기업 학자금 지급 필자는 1990년대 말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조업 대기업의 한일비교를 한 적이 있다. 한국 기업은 직원 자녀에 대한 교육비 지원으로서 학자금 제도를 운용해 자녀 대학수업료를 전액 기업이 지원하고 있었다. 기업 복지가 잘되어 있다고 알려진 일본이지만 기업이 직원 자녀 대학수업료까지 전액 지원하는 일은 없고 그러한 지원에 대해 도저히 이해불가하다는 반응이었다. 학자금 제도는 우리나라 대기업이 대부분 시행하고 있는데 과거 임금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하는 국영기업 공기업
03.27
정부는 2월 기업가치제고를 위한 ‘상장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기업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이익비율(PER)은 미국 영국 같은 선진국은 물론, 대만 같은 신흥국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라고 한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자본시장과 비교한 한국 자본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37.5% 수준으로 추정됐다. 최근 정부는 자본시장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고, 주주가치 확립을 위해 배당절차 및 물적분할 제도를 개선하는 등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에 더해 한국형 상장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서는 상장기업이 이사회 중심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이행하고 연 1회 자율적으로 공시하도록 했다. 또한 기업의 밸류업 노력을 자본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상장지수펀드(ETF)를 개발하고, 스튜어드쉽코드에 이러한 항목을 반영해 연기금의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최상목
03.26
미중 전략경쟁은 누가 ‘규범 제정자’가 되고 누가 ‘규범 순응자’가 될 것인가의 싸움이다. 2차대전 승전국 미국은 지난 70여년간 국제 정치·경제 규범의 제정을 주도했다. 미국의 영향력은 소련 붕괴 이후에는 공산권을 포함한 전세계로 확대됐지만 서유럽과 일본경제가 성장하고, 중국이 급성장하면서 미국의 규범 제정자 역할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국제 경제 규범은 대부분 미국 주도로 창설된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가 다자주의나 복수주의 방식으로 규정해왔다. 그러나 다자주의는 이미 위기를 겪고 있다. 미국은 만장일치제의 WTO 체제로는 자국 이익을 관철시킬 수 없자 다자간 통상체제인 WTO를 외면했다. WTO 출범의 최대 성과 중 하나인 분쟁해결제도는 2017년부터 미국이 상소기구 심사위원의 임명을 거부하면서 역할이 마비됐다. 다자간 국제 경제 규범 제정에서 빠지는 미국 각국 외국인직접투자(FDI)제도를 투명하게 만들어 투자를 촉진하자는 ‘투자원활화’도 한중일과 유
03.25
내년에는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시작된다. 하지만 고령세대의 빈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재정적자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금개혁도 기대난망이다.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보장 수준을 높이려고 노력하지만 이 또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공적 보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개인은 자구책으로 금융산업이 제공하는 은퇴시장에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연금저축 연금보험 퇴직연금은 물론 건강보험과 요양보험이 주목받는 이유다. 나아가 보험회사가 제공하는 요양서비스에도 이용자가 몰린다. 이렇게 형성되는 은퇴시장에서 금융회사는 각 업권별로 특색있는 상품 및 서비스를 내놓고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초고령사회 시작되지만 공·사보장체계 불안 그렇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기에 현재의 은퇴상품 및 서비스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 연금상품은 수익률이 높지 않고 실손의료보험 등 건강보험이나 간병보험은 연령이 많을수록 보험료 부